우리 사회는 40년 전에 비해 장애인들이 생활하기에 좋아졌을까?
우리 사회는 40년 전에 비해 장애인이 생활하기엔 좋아졌을까?필자는 작년에 ’40년 전과 똑같은 세상‘이란 시로 한 문학공모전에서 입상했다. 이 시는 지난 1984년 김순석열사가 당시 서울시장에게 “서울거리에 턱 좀 없애주세오”란 유서를 남기고 지하 셋방에서 자살했던 사건을 소재로 하여 쓴 것이다.
김순석열사는 어린 시절에 소아마비 때문에 한쪽 다리를 절었지만 타고난 손재주가 있어 서울에 있는 금세공 공장에 공장으로 재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큰 불행이 닥쳤다. 만 28만세 때 교통사고로 휠체어 타게 됐다.
김순석열사는 타고난 손재주로 액세서리들을 만들어서 장사하면서 살아가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비장애인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건너다니는 턱들과 계단들이 그의 삶의 의지를 꺾어버렸다.
지하 셋방 문을 열고 나갈 때부터 김순석열사는 끝임없이 계단들과 턱들과 만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계단들과 턱들 때문에 액세서리 장사를 못했던 것은 물론이고 갈증이 일어나고 허기가 생길 때 다방이나 식당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이런 현실을 견디지 못해 1984년 9월 지하 셋방에서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김순석열사가 목숨을 끊는지 40년이 흘렸다. 그동안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을 막던 거리에 있었던 턱들이 많이 없어졌다. 도청이나 시청과 같은 관공서에는 휠체어가 출입할 수 있게 경사로들이 생겼다. 식당이나 커피숍과 같은 가계에도 경사로가 있는 곳도 많이 보기도 한다.
필자는 최근 전주 한옥마을을 다녀왔다. 한옥마을에 있는 전동성당에 전에는 없었던 경사로가 생겼다. 사정이 있어 성당 내부에는 들어가 보지 못했지만 전동휠체어를 타고 전동성당 건물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이처럼 근래에는 문화유산에 훼손하지 않은 범위 안에서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경사로를 많이 놓은 추세이다.
그러나 필자와 같은 휠체어 사용 장애들은 생활하다가 보면 40년 전과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할 때 많다. 경사로가 있는 식당이나 커피숍보다 경사로가 없는 식당이나 커피숍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편의점 같은 경우에는 경사로가 있는 곳이 거의 없다.
김순석열사가 목숨을 끊었던 40년 전 만큼은 아니지만 필자와 같은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은 경사로가 있는 식당이나 커피숍 또는 편의점들을 찾아다니는 것이 변함이 없다. 이 때문에 정말로 40년 전에 비해 우리 사회가 장애인들이 생활하기에 훨씬 좋아졌을까?라는 물음이 필자의 마음속에서 항상 생겨나고 있다.
*이 글은 전주에 사는 장애인 활동가 강민호 님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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