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흡한 장애 인식, 미등록 장애인 이슈 논의 배제 여전 ‘2023 부산세계장애인대회’ 참관 소회 - ②

본문 바로가기
복지뉴스
커뮤니티
> 커뮤니티 > 복지뉴스
복지뉴스

미흡한 장애 인식, 미등록 장애인 이슈 논의 배제 여전 ‘2023 부산세계장애인대회’ 참관 소회 - ②

최고관리자 0 501

미흡한 장애 인식, 미등록 장애인 이슈 논의 배제 여전

‘2023 부산세계장애인대회’ 참관 소회 - ②


이번 부산세계장애인대회는 여러 강연을 들으면서 배울 점도 많았지만 아쉬운 구석도 곳곳에 있었다. 
통합교육 외에 다른 세션에서 배운 것들은 후에 말하기로 하고, 이번 글에선 필자가 느끼기에 아쉬운 지점들을 잠깐 나누려 한다.

강연들을 들으면서 Reasonable Accommodation에서 Accommodation을 시설이나 편의로 번역하는가 하면, 
Inclusion을 포용으로 번역하는 일들이 많았다. 
Reasonable Accommodation은 장애인과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모든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의 향유 또는 행사를 보장할 목적으로 
필요한 합리적 변경 또는 조정이란 뜻이라, 권리에 기반하는 것이다. 그
런데 통역사들이 Accommodation을 영한번역 사전에 나오는 시설이나 시혜적 느낌의 편의로 번역해 고개가 갸웃거려지고 어리둥절했다.

Inclusion의 경우엔 ‘포용’이란 뜻으로 통역했는데, 포용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너그럽게 어루만지고 감싸준다는 말이다. 
하지만 장애인에 관해서 보면 장애인을 너그럽게 감싸준다는 말이라 장애인은 권리의 주체가 아닌 대상인 시각이라 시혜적이다. 
그래서 ‘포괄’이란 통역을 들었을 때 반갑기는 했지만, 세션 대부분에선 ‘포용’으로 통역한 게 대부분이어서 마음이 쉽지 않았다.

장애인을 ‘정상인’으로 통역했을 땐 깜짝 놀라기도 했다. 
과거에 비장애인을 ‘정상인’이라고 얘기하는 걸 하도 많이 들어서인지라, 
나는 ‘비정상’인가 생각하며, 나 자신을 원망하기도 하고 장애를 고치려는 생각이 과거에 많았었다. 
물론 지금은 장애도 하나의 다양성이란 생각이 확고해졌고, ‘정상인’이란 말을 들으면 
아직도 다양성을 말살하려는 이 사회가 장애인을 혐오하는구나 싶어 분노가 자주 들면서 답답하다.

이런 예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장애 인식은 아직도 미흡한 게 느껴진다. 
장애 인식 미흡은 우리나라 법인 장애인복지법 제56조 1항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이 장애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장애동료 간 상호대화나 상담의 기회를 제공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말이다. 
장애를 다양성이 아닌 치료 대상으로 보는 거고, 더군다나 장애인 동료 간 상호대화나 상담은 장애를 치료할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여기에 대해 인권위에선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을 개인의 문제로 왜곡해 부정적 인식이 들 수 있게끔 한다는 우려를 표명했고, 
이에 보건복지부에 ‘장애 극복’이란 표현이 있는 만큼 관련 법령의 자구 개정을 요구하는 의견 표명까지 했다. 
보건복지부가 이 법령을 개정하는 건 물론이고, 우리 사회가 미흡한 장애 인식에서 탈피했으면 하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장애의 의료적 모델에 기반한 사회 인식을 제고한다는 건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국가가 장애인권리협약에 입각한 장애 인식 제고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지금서부터라도 세워야 하지만, 
이에 대한 의지는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설령 장애인 당사자들과 관련 종사자, 전문가들이 이야기해도 우리 사회의 소통방식이 위에서 밑으로 내려가는 탑다운 방식이고,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보니, 인식 제고는 더더욱 쉽지 않다.

따라서 우리 정부, 사회 소통방식이 밑에서 위로 올라오는 바텀업(Bottom-up)방식이었으면 한다. 
무엇보다 신경다양성과 장애인권리협약에 기반한 장애수용 교육에 대한 연구, 시범사업, 제도정착에 대한 국가, 지자체 차원의 노력이 중요하다.
장애수용 교육을 정부 고위층 관계자들과 공무원들, 지자체, 그리고 보건 의료진과 법관 등의 사법부 종사자들에게 
정기적·체계적으로 실시하는 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부산세계장애인대회와 같이 ‘포용’, ‘시설’, ‘정상인’ 등의 용어로 통역하는 게 아니고, 
장애인을 권리의 주체로 바라보는 용어들이 우리 사회에 자리 잡길 바라며 말이다.

또한, 이번 부산세계장애인대회에선 미등록 장애인에 관련돼 논의하는 것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아니 미등록 장애인 이슈는 논의에서 사실상 배제되었다고 보는 게 맞다. 미등록 장애인은 장애인으로 등록되지 않았으나, 
장애 특성이 있고 이 특성을 드러내게 되면 배제와 거부의 대상이 되는 거다. 
특히 미등록 자폐성·정신 장애인의 경우엔 직장과 학교 안에서 장애 특성을 숨겨 마스킹하는 착취적인 감정 노동을 수도 없이 겪는다.
이렇게 장애를 혐오의 대상으로 여기는 천박한 사회의 장애인식에 순전한 의료적 모델에 따르는 서비스, 여기에 장애 등록하려면, 
장애진단에 관련된 기록까지 있어야 하는 등의 요인이 겹쳐 장애 특성이 있어도 장애등록을 꺼리는 미등록 장애인들이 많다. 
더군다나 장애인연금, 고용장려금, 사법 지원, 가족 지원 등 인권보장의 일환이 되는 서비스를 이들이 받지 못하는 거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사회가 초래하는 이런 미등록 장애인들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있어야 하는데, 사실상 없었다. 
이들의 이야기도 들어야, 우리나라 장애인 정책이 사회적 모델, 더 나아가 인권적 모델로 가기 위한 
더욱 좋은 아이디어가 제공될 수 있을 텐데 그게 없어 아쉬웠다. 
국제장애연맹(IDA)이나 대한민국 장애계에서도 미등록 장애인 관련 이슈들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이외에도 외국 연사들이 발언할 때 현장에서 통역이 제공됐지만, 유투브 생방송에선 2~3일 차에 한국어 통역 제공이 되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아울러 장애인 예술이나 이주장애인 인권 등의 각 세션에서 자료집을 받지 못한 참석자들이 생기는 등 자료집 부족도 조금은 아쉬운 지점으로 남는다.

앞으로 이런 세계적인 장애인 관련 대회를 우리나라에서 다시 주최하게 되면 
대회 주최 측에서 이런 아쉬운 지점들을 눈을 씻고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이 부분들을 세심하게 신경 썼으면 한다. 
한국에서 개최되는 그 날까지 정부에서 장애인권리협약에 기반해 장애 인식 제고를 할 수 있는 중장기 계획을 세워 실행하길 바라는 바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이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는 게 현실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계속)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칼럼니스트 이원무 wmlee73@naver.com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 
0 Comments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