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즐긴 야구경기 관람기-④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세상이 되려면
지난 8월 30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청년 커뮤니티 다/함께/사/세에서 고척스카이돔에 다녀왔다. 장애인이 다수인 우리 커뮤니티가 야구장을 무사히 잘 다녀올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장애 모임원과 비장애 모임원이 서로 협력하여 야구장에 다녀왔고, 그 과정에서 미흡했던 점과 개선해야할 점을 생각해 보았다. 우리 커뮤니티가 장애 여부에 상관없이 모임원 모두가 어울려 문화생활을 즐기는 장이 되길 원했기 때문이다. 4부에서는 야구경기 관람을 마치고 구일역으로 가는 길에 모임원들이 느꼈던 점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사는 세상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에 관한 우리 모임원 모두의 생각을 담았다.
시작에 앞서 야구장에 함께 간 다/함께/사/세 모임원들 소개를 해보고자 한다. 뇌병변장애로 인해 움직임에 불편함을 겪는 준희, 시각장애로 인해 앞을 보는 일이 어려운 성규와 동우, 허리디스크로 장시간 걷는 일에 불편함을 겪는 비장애인 우현, 안경을 써야만 일상생활이 불편하지 않은 비장애인 현균, 그리고 발달장애로 인해 사회적으로 느린학습자라는 별명이 붙은 나, 유리이다. 4편으로 나누어 연재 예정인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즐긴 야구경기 관람기"는 바로 이 6명의 모임원들의 이야기이다.
경기가 끝나고 야구장에서 나와 구일역으로 가는 길, 매우 가파른 경사로와 마주했다. 경사가 심한 구간에서 준희 혼자 중심을 잡고 걷기는 힘들었기에 동우의 팔을 잡고 이동했다. 준희는 고척스카이돔에서 구일역으로 이동할 때 가파른 경사로 외에 경사가 완만하고 난간이 설치되어 있는 다른 길을 이용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난간이 설치된 완만한 경사로를 이용할 경우 길을 돌아가야 해서 되려 많이 걸어야 하기에 불편함을 감수하고 난간이 없는 가파른 경사로를 통해 이동했다고 한다.
성규는 JTBC 뉴스영상("[밀착카메라] '빙빙' 돌고 돈다…유모차 끌고 지하철 타보니 '진땀')에서 본 내용을 공유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사람들이 삼성역에서 코엑스로 갈 때 12개의 계단 때문에 코엑스와 가까운 출구를 이용하지 못하고 반대편 출구를 통해 약 8분을 더 돌아서 가야하는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뉴스영상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는 “공간이 좁아 규정에 맞는 경사로를 설치할 수 없다며 앞으로의 개발과정에서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우리는 ‘삼성역에서 코엑스로 가는 연결통로 설계 첫 단계에서부터 경사로가 설치되어야 한다는 점이 고려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 들었다. 계단 외에 경사로도 함께 설치해야 한다는 점을 처음부터 고려하였다면 “공간이 좁아서 규정에 맞는 경사로를 설치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우현은 위라클의 유튜브 영상(휠체어로 혼자 턱있는 카페를 들어가려 했더니..) 내용을 공유해주었다. 3년 전 ‘광화문에 있는 스타벅스에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휠체어 이용자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카페에 들어갈 수 있었다’는 영상을 업로드한 후, 3년만에 해당 매장에 다시 방문해보니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불편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개선되어야 할 점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말해야 한다. 이는 우리의 경험을 알리는 궁극적인 목적이기도 하다. 장애인들도 아무런 불편함 없이 어디든 갈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보행에 전혀 불편함이 없는 나도 고척스카이돔에서 구일역으로 가는 내리막길을 걷기는 조금 무서웠다. “뛰지 말고 천천히 가세요.”라는 안내원분들의 외침이 들려올 정도로 경사가 심했다. 고척스카이돔 설계 단계에서부터 경사가 심한 길은 교통약자가 이동하기에 불편하다는 점이 고려됐어야 한다.
처음부터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의 내용에 따라 경사가 완만하도록 길을 만들었었다면 장애인, 비장애인 할 것 없이 누구나 안심하고 방문하는 야구장이 되었을거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다.
길을 돌아가야 할 만큼 난간이 있는 완만한 경사로 구간을 길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면, 가파른 경사로 구간에도 난간을 만들어 두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이라도 고척스카이돔과 구일역으로 연결되는 경사가 심한 모든 구간에 난간을 설치하여 모두가 안전하게 방문 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이에 더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개선점도 언급되었다. 성규는 방향을 표시해주는 길 위의 안내 화살표가 밤에도 잘 보일 수 있도록 형광, 야광 등의 특수도료로 되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도로공사는 2018년부터 밤길 운전자에게도 잘 보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교통안내 문구와 이정표에 LED조명을 설치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사례 역시 ‘장애인이 편하면 비장애인에게도 편하다’는 말이 적용되는 사례라고 생각된다. LED 조명까지는 아니더라도 길을 안내하는 화살표가 형광, 야광 등의 특수도료로 되어 있으면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밤길을 걷기에 더욱 편해질 것이다.
야구 경기가 끝나고 가는 길에 현균이 나에게 한 가지 질문을 했다. 야구경기 관람 소감이 어땠냐는 것이었다. 나는 “야구 규칙을 하나도 몰라서 야구 안 보고 먹기만 했어”라고 말했다. 다른 모임원들도 함께 있는 자리였는데, 나는 내가 모르는 것을 창피해하지 않았다. 모임원들과 많이 친해졌나 하는 생각이 든다. 모임원들과 친해지지 않은 상태였다면 내 속마음을 드러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현균과도 2017년에 장애인 글쓰기 모임에서 만나 7년이나 함께 했고 다른 모임원들과 만난지도 4개월이 넘었다. 만약 모임을 하지 않았더라면, 집에서 무기력한 생활만 이어나가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특히 현균과 함께 다/함께/사/세 커뮤니티의 공동진행자로 활동하면서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모임 전에 간식과 식사 메뉴를 알아보고, 모임원들에게 공지사항도 전달하면서 모임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다른 모임원들에게는 우리 다/함께/사/세가 어떤 의미가 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준희는 지하철, 버스를 타고 여기저기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지난해부터는 사람들과도 많이 만나고 있다. 정기적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상호작용을 하면서 사회적인 경험을 쌓고 있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을 만나는게 자신에게 중요하다는걸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준희는 혼자 지낼 때 외로움을 타는 성향이다. 모임에 참석하면 한 달에 한두번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며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준희는 비장애인 위주의 모임에는 참여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진입 장벽이 높은 비장애인 위주의 모임과 달리, 다/함께/사/세는 장애인이 많은 모임이다보니 편하게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현은 준희가 비장애인 위주의 모임에 참여할 때 진입 장벽이 높다고 느끼는 이유는 장애에 대해 잘 모르는 비장애인이 많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준희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준희의 장애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는 이중 장벽이 존재하는 것이다. 준희의 장애에 대해 설명하고 이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는데, 이런 과정을 거치는 모임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동우의 시각장애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장애를 가졌다는 걸 말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모를 정도이다. 그런데 클라이밍을 하러 갔을 때 다른 사람들이 동우의 장애를 눈치채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클라이밍을 할 때 잡거나 밟아야 하는 돌의 색깔이 잘 보이지 않아 남들과 다른 방법으로 돌 색깔을 구분하는데, 이 때 사람들이 동우의 시력이 좋지 않다는 걸 눈치채기도 했다.
동우은 다/함께/사/세에서처럼 각자가 가진 장애를 오픈하고 장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을 다른 모임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다. 다/함께/사/세에서는 자신의 장애를 조금 더 자유롭게 오픈할 수 있기에 동우에게는 이 점이 긍정적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우현은 현재 장애인복지관에서 근무중이다. 우현은 복지관은 물론 다/함께/사/세를 통해서도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만난다. 우현이 복지관에서 이용자들을 만날 때는 ‘최선을 다해 서비스를 제공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다/함께/사/세 모임에 참여할 때는 그런 압박감을 느끼지 않는다. 복지관에서는 장애인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책임감을 느끼며, 장애인을 만나면 혹시 도움이 필요한지 먼저 물어보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다/함께/사/세에 참여할 때는 장애인을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책임자로서의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우현은 다른 직장 동료들처럼 퇴근 후에는 장애와 관련된 일을 하지 않고 싶은 마음도 있긴 하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다/함께/사/세에 편안한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함께/사/세에 참여하기 전까지 우현은 장애인을 복지관 이용자로 만났다. 이제는 사적인 모임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서 장애인의 지인이 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한편 현균은 다/함께/사/세를 지원해주고 있는 서울청년센터 금천과의 소통을 담당하고 있기에 맡은 바 역할을 다해 모임을 잘 운영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상실의 아픔을 겪으며 힘든 시기를 보낸 현균은 다/함께/사/세 덕분에 아픔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우리 모임원들로부터 이해와 지지를 받으며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라고 여겨지는 어려움들도 연대의 힘을 통해 헤쳐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 모임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 없이 연대하는 힘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성규의 경우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다/함께/사/세 모임에 참여했다. 그런데 모임이 점차 진행될수록 모임 내에서 진행되는 강의를 맡아주실 강사님을 직접 섭외하기도 하고, 에이블뉴스에 기고하기 위한 글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내면서 책임감이 생겼다고 했다. 이처럼 자신의 의견을 내야할 때는 압박감을 받기도 하지만, 자신이 낸 의견이 기고문에 실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때문에 의미있는 일이 되어 좋다고 한다.
나는 다수의 사람이 모였을 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만 올 때가 많다. 대화에 끼어드는 법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다/함께/사/세에서는 한명씩 돌아가며 발언하는 기회를 가진다. 덕분에 나도 대화에 참여할 수 있어서 좋다. 가족이나 회사동료에게는 말하기 어려운 고민도 이야기할 수 있고, 내가 하는 이야기에 모임원들이 귀를 기울여 주는 것도 좋다.
‘모임에서 이야기했던 자신의 의견이 기고문에 반영되고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져서 좋다’는 성규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나 또한 모임에서 우리가 함께한 경험과 우리가 나눴던 말을 글로 정리해서 신문사에 기고하는 일을 뜻깊게 생각한다.
세상에 우리의 존재를 지속적으로 알리면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살아가기 좋은 날이 언젠가는 올거라고 생각한다. 기고문을 쓰는 것이 내가 그간 해왔던 에세이를 쓰는 것보다 10배 쯤은 더 어렵지만, 다/함께/사/세에서 내가 맡은 일을 책임감 있게 끝까지 해내려 한다.
다/함께/사/세의 모임원들이 함께 야구경기를 관람하는 것은 우리의 첫 모임 때부터 세운 계획이었다. 지난 5월 11일 다/함께/사/세의 첫 모임에서 함께 야구를 보러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첫 모임인만큼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는데, 공교롭게도 나를 제외한 5명의 모임원 모두가 야구라는 공통된 관심사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야구경기 규칙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지만 야구장에서 먹는 건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센터 절차상의 문제로 잠실야구장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규 8회차 모임 이후 후속모임으로 진행된 9회차 모임에서 고척스카이돔에 갈 수 있게 되었다.
정규모임 중 잠실야구장 관람 계획을 추진하던 때에 서울청년센터 금천에서 커뮤니티 지원을 담당하는 매니저님이 우리가 야구장에 갈 때 함께 따라가겠다고 했다는 것을 들었다. 장애인끼리 야구장에 가는 것은 위험할 수 있으니 안전사고 예방 차원에서 도움을 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매니저님의 제안에 대하여 나와 현균은 모임원들과 함께 회의를 진행한 후 매니저님께 편지를 썼다. ‘당사자가 원치 않는 일방적 배려와 보호는 당사자의 자립을 돕지 못하는 일’이라는 내용을 담아 우리끼리도 안전하게 잘 다녀올 수 있다는 뜻을 전달해 드렸다. 편지를 받아본 매니저님께서는 우리가 조금 더 편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어 제안을 해 본 것이라며, 혹시 자신의 제안으로 인해 우리가 불편한 마음이 든건 아닌지 조심스러운 마음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우리끼리 야구장을 잘 다녀와서 좋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준희와 같은 방향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 안에서 내가 준희에게 “길 안내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건넸다. 준희는 나에게 “쟁반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우리 모임 안에서 서로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안전하게 야구장을 다녀왔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사람들은 우리끼리 잘 할 수 있을지 걱정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잘 해내었다. 누구든 이 세상을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기에 비장애인도 도움을 받고 살아야 한다. 비장애인과 장애인 그리고 장애유형의 구분없이 서로 돕고 사는 세상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다/함께/사/세 모임원들의 생각은 아래와 같다.
우선적으로 비장애인뿐만 아니라 장애인도 불편함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경사로와 엘리베이터만 잘 설치가 되어 있다면,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 함께 동행하는 비장애인에게 길을 안내하는 등과 같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환경개선 뿐만 장애인에 대한 인식 또한 개선되어야 하겠다. 우현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던 비장애인이 장애인에게 “내가 먼저 와서 기다렸으니 당신도 기다렸다가 타라”라고 하면서 먼저 엘리베이터를 탄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아무리 장애인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도, 휠체어 장애인은 엘리베이터만 이용이 가능하다는 비장애인의 인식이 부족하다면 장애인은 그 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하기 힘들다. 그래서 우현이 근무하는 복지관에서는 ‘장애인식개선’과 ‘인권감수성 증진’을 위한 프로그램과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사회는 ‘장애인’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고 여기고 있다. 우리 사회에 ‘장애인끼리의 외부활동은 위험할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만연하게 깔려 있기 때문에 커뮤니티 지원 담당 매니저님이 우리의 활동을 걱정하셨던 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장애인식개선’과 같은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우리끼리 야구 경기를 관람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점도 있었다. 우리들 중 아무도 성규에게 야구 경기 상황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못해줬던 것을 부족한 점으로 꼽을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의 부족한 점은 특히 더 부각이 되곤 한다. 이는 곧 장애인이 외부활동을 하는 데에는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연결되고 만다.
그런데 사람은 누구나 부족한 점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 또한 야구장을 함께 간 경험이 처음이라 다소 미숙한 부분이 있었던 것뿐이다. 장애인든 비장애인이든 사람은 원래 미숙한 존재이며, 실수를 통해 배우면서 발전해 나간다. 장애인의 외부활동을 걱정하는 건 장애인을 향한 부정적인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의 야구 경기 관람을 돌이켜보면 준희는 유리에게 길안내를 해 주었고 유리는 준희가 주문한 음료를 자리로 가져다 주었다. 야구장에서 음식을 먹을 때는 준희가 음식을 잘 먹을 수 있도록 현균이 접시를 들어 주었다. 그리고 유리는 경기를 보다가 음식을 쏟은 동우에게 미리 챙겨온 물티슈를 건네 주었다. 이처럼 아주 소소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또 도움을 받으며 우리끼리 야구장에 잘 다녀왔다. 사회의 걱정과는 달리 우리는 잘 해냈고, 다음번에는 더 잘 해낼 것이다.
또한 우리 다/함께/사/세가 활동하고 있는 것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다양한 경험을 하고 그 과정에서 느낀 점들을 알려야 한다. 만약 장애인이 그리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활동하는 데 있어 불편한 점이 있었다면 무엇이 어떻게 불편한지 알려야 한다. 대부분의 장애 관련 정책들은 탁상행정인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법과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장애인과 직접, 장애인과 함께 생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장애인과 함께 생활하기보다는 선거철에 잠깐 장애인 관련 시설을 방문해보고 불편한 점을 개선해보겠다 약속하는게 전부이다.
우리 다/함께/사/세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면서 지내야 장애인의 삶에 더욱 깊숙이 다가갈 수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모임을 하면 서로가 장애인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볼 수 있고 비장애인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생각의 폭이 넓어져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더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다/함께/사/세를 통해 함께 활동하고, 그 과정에서 느낀 점에 대해 발전적인 의견도 나눠본 후 그 내용을 글로 작성하여 세상에 알리는 건 굉장히 유의미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은 김유리 님이 다/함께/사/세 모임원들과 함께 작성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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