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각과 향기로 만나는 가을, 용인농촌테마파크를 다녀와서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가을 단풍은 보이시나요?” 형체는 보이지 않지만 밝은 빛과 색상은 감지할 수 있다. 그래서 가을은 나름의 방식으로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지난 10월 30일, 용인농촌테마파크에서 마주한 가을은 그 어느 때보다 선명했다.
용인시 원삼면 농촌파크로에 자리 잡은 농촌테마파크는 도시와 농촌의 가교역할을 하는 교육문화시설이다. 2003년에 조성된 이곳은 10만여 제곱미터의 넓은 부지에 다양한 체험 공간을 품고 있다. 종합체험관과 곤충체험관, 관상동물원부터 들꽃광장, 수생관찰연못, 잣나무숲까지, 도시민들에게 일상을 벗어난 전원 체험과 휴식을 선사한다. 특히 곳곳에 마련된 원두막과 평상, 초가집은 방문객들에게 옛 농촌의 정취를 고스란히 전해준다.
산을 적절히 활용해 조성된 이곳은 서울 근교에서 찾아보기 힘든 청정한 자연을 간직하고 있다. 때문에 봄과 가을이면 가족 단위 방문객은 물론, 유치원과 각종 기관에서 단체로 찾아와 자연과 교감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날 테마파크는 가을 정취로 가득했다. 은행나무의 노란빛은 희미하게 눈에 닿았고, 상쾌한 공기와 함께 전해지는 낙엽 내음이 가을을 실감케 했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아이고, 삭신이야”라며 투정 부리다가도 “그래도 경치가 참 좋다”며 흐뭇해하는 어르신들의 대화가 정겨웠다.
완만한 경사와 평탄한 보행로는 산책하기에 알맞았다. 곳곳에 배치된 분재와 화단을 통해 손끝으로 자연을 느낄 수도 있었다. 비록 점자블록이 없어 아쉬웠지만, 오히려 그 덕에 더욱 자연스러운 촉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인상 깊었던 것은 사방에서 느껴지는 꽃향기였다. 꽃들의 형체는 보이지 않아도, 후각으로 전해지는 화사한 향기가 이곳을 진정한 ‘꽃밭’으로 만들어주었다. 전통 농기구인 지게와 맷돌도 직접 만지고 체험할 수 있어 농촌의 옛 모습을 생생하게 상상할 수 있었다.
자연이 주는 위로는 시각의 유무를 가리지 않는다. 밝은 빛과 색은 감지할 수 있지만 형체를 보지 못하는 내게도, 자연은 늘 특별한 방식으로 다가온다. 마음이 답답하고 힘들 때면 찾게 되는 자연의 품은 모두에게 동등한 치유의 공간이다. 이곳 테마파크 인근에는 용담골 사암 저수지도 있어, 또 다른 방식으로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겨울이면 눈썰매장도 운영된다고 하니, 계절마다 각기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한여름과 한겨울의 극단적인 날씨만 피한다면, 사시사철 방문할 만한 가치가 있다. 실제로 이웃에 사는 지인은 일 년에 서너 차례 이곳을 찾아 산책하며 건강도 챙기고 마음의 휴식도 취한다고 한다.
자연이 선사하는 감동은 온전한 시각으로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청명한 공기, 은은한 꽃향기, 발걸음마다 전해지는 대지의 생동감, 그리고 희미하게나마 감지되는 계절의 빛까지. 용인농촌테마파크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계절을 만끽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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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조현대 hyun8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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