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여부와 상관없이 다 함께 즐긴 디퓨저 만들기 체험과 뒤풀이-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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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여부와 상관없이 다 함께 즐긴 디퓨저 만들기 체험과 뒤풀이-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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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어려움 속에서도


지난 9월 28일 다/함께/사/세 커뮤니티에서 디퓨저 공방에 방문했다. 공방 방문 전에 장애인 다수가 디퓨저 만들기를 체험할 예정임을 밝혀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예전에 컴퓨터 강의를 수강했을 때 다른 수강생보다 느리게 쫓아가는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셨던 강사님의 눈초리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다/함께/사/세가 이날 방문한 디퓨저 공방 강사님은 장애를 가진 모임원들을 보고도 반갑게 맞아 주셨다. 우리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주신 강사님 덕분에 편안하게 디퓨저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공방 방문 전 장애를 밝히고 관련된 지원을 요청하지 않아서인지 그에 따른 아쉬운점도 있었다.

"장애여부와 상관없이 다 함께 즐긴 디퓨저 만들기 체험과 뒤풀이 2부" 시작에 앞서 이날 모임에 참여한 다/함께/사/세 커뮤니티 모임원을 잠시 소개해 보고자 한다.

뇌병변장애로 인해 움직임에 불편함을 겪는 준희, 시각장애로 인해 앞을 보는 일이 어려운 성규와 동우, 허리디스크로 장시간 걷는 일에 불편함을 겪는 비장애인 우현, 안경을 써야만 일상생활이 불편하지 않은 비장애인 현균, 그리고 발달장애로 인해 사회적으로 느린학습자라는 별명이 붙은 나, 유리이다. 3편으로 나누어 연재 예정인 "장애여부와 상관없이 다 함께 즐긴 디퓨저 만들기 체험과 뒤풀이"는 바로 이 6명의 모임원들의 이야기이다.

디퓨저 만들기 과정은 14가지의 향을 하나씩 맡아보고 그 중에서 가장 자신의 마음에 드는 향을 고르는 일부터 시작되었다. 그런데 마음에 드는 향을 골라 체크하는 용도로 나눠받은 프린터물 글자 크기가 성규와 동우가 보기에는 너무 작아 보였다. 앞을 보는 데 불편함이 없는 나도 글씨가 작다고 느껴졌다. 프린터물을 가까이 대고 보면서 성규와 동우는 글자를 보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규는 프린터물을 핸드폰 카메라로 찍은 후 사진을 확대해 글자 크기를 키워서 보았다. 다행히 프린터물은 수업 초반에 자신의 마음에 드는 향이 무엇인지 체크하는 용도로만 사용되었기 때문에 프린트물의 작은 글씨가 성규와 동우의 체험에 큰 어려움이 되지는 않았다. 시각장애가 심하지 않은 동우는 프린트물에 적혀 있는 향료 이름과 향료 병에 적혀 있는 숫자를 매치하여 확인하는 데만 프린트물이 필요했기 때문에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고 한다.

향을 고른 후에는 강사님께서 우리가 고른 향료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실 줄 알았는데, 그러한 과정 없이 디퓨저 병을 꾸며보는 체험으로 바로 넘어갔다. 성규뿐만 아니라 동우과 우현도 향에 관한 설명이 없었던 점을 아쉬워했다. 성규는 강사님께서 향료 샘플을 가까이 가져다 주시고 각각의 향에 대해서 언어적인 설명을 해주셨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점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나는 각각의 향에 대한 설명 단계를 건너 뛰니 디퓨저를 빨리 만들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향에 대한 설명이 없어서 아쉬웠다는 모임원들의 말을 듣고, 혹시 강사님이 우리에게만 설명을 하지 않은 것인지 불안감이 들었다. 혹시 ‘장애인에게는 설명을 해도 잘 못 알아듣겠지’라는 이유로 설명을 건너뛴 것은 아닌지 피해 의식이 일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공방을 다녀간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살펴봤다.

다행히 디퓨저 만들기 과정에서는 향에 대한 설명이 따로 이루어지지 않는 듯했다. 우리가 방문한 공방에는 디퓨저 만들기뿐만 아니라 향수 만들기 수업도 있었는데, 향수 만들기 과정에만 향을 설명하는 시간이 소개되어 있었다. 그리고 수강 이후 기고문에 디퓨저 만들기의 구체적인 과정을 담기 위해 공방 블로그를 살펴보던 중 강사님이 장애인복지관에 출강한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강사님은 우리를 다른 사람들과 같이 평범하게 대해 주셨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사님은 장애가 있는 사람 다수가 사전예고도 없이 방문했다고 인상을 찌뿌리거나 수업을 진행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으셨음에도 불구하고, 잠시나마 강사님을 의심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디퓨저 만들기 체험은 자신이 원하는 향을 고른 이후에 드라이플라워와 색색의 조약돌을 이용하여 디퓨저 병을 꾸며보는 과정으로 이루어졌다. 이후엔 자신이 선택한 향료를 알콜과 정해진 비율로 섞어서 디퓨저 병에 담아보았다.

뇌병변 장애로 손 움직임이 불편한 준희는 마음에 드는 향을 고르기 위해 향료 샘플의 향을 맡아보는 과정, 공병 안에 꽃과 조약돌을 넣어 꾸미는 과정 그리고 향료와 알콜을 넣어서 섞는 과정에서 현균의 도움을 받았다.

준희는 자신의 신체적인 특성상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만들기를 직접 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만드는 과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느껴서 디퓨저 공방 체험이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현균이 준희가 직접 향을 맡을 수 있도록 샘플 뚜껑을 열어 주었고, 준희의 스타일대로 만들 수 있도록 질문을 해 가며 디퓨저를 꾸며 주었기에 준희가 원하는 디자인이 나왔다고 했다.

나는 준희와 달리 디퓨저 만들기 체험의 전 과정을 내 손으로 직접 해보고 싶었다. 만드는 과정을 제대로 기억하기 어렵다고 해서 강사님이나 함께 온 사람들에게 모든 과정을 맡겨버리면 집에서 디퓨저 제작 영상을 보는 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내가 직접 만들기를 체험해보고 싶어서 공방 방문 전에 디퓨저 만드는 과정을 미리 예습하고 갔다. 어떠한 과정들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미리 알고 있으면 이해하고 기억하는데 조금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디퓨저 만들기 체험 과정에서는 강사님의 설명을 더욱 집중해서 들었다. 강사님께서 디퓨저 만들기 과정이 한 단계 끝날 때마다 설명을 해주셔서 따라가기 좋았다.

강사님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수강할 것임을 사전에 알리지 않고 방문했어도 당황한 기색 없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셨다. 장애인을 수강생으로 만나 본 경험이 있으신 분이셔서 그런지 우리를 편견없이 대해 주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디퓨저 만들기 과정에서의 활동들을 강사님이 직접 해 주시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셨다. 향료와 알콜의 양을 계량할 저울을 영점으로 맞추는 것, 비커에 용액을 부어서 넣는 것, 완성된 디퓨저를 포장하는 것 모두 직접 해주시려고 했다. 이런 부분들은 내가 직접 해 볼 수 있는 것들인데, 강사님께서 직접 해 주시려고 하셔서 아쉬웠다.

내가 디퓨저 만들기의 전 과정을 내 손으로 직접 해보고 싶다는 걸 알아 챈 현균은 강사님께 “유리님이 혼자 해 볼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해주었다. 덕분에 나 혼자의 힘으로 디퓨저 만들기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성규도 디퓨저 만들기 과정을 직접 체험해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나와 달리 성규의 상황은 강사님께 전달되지 못했다. 성규 또한 저울을 영점에 맞춰보는 일이나 디퓨저 포장을 직접 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고 한다.

성규는 몇년 전에 복지관에서 디퓨저 만들기 체험을 할 때 강사님께서 모든 과정을 전부 다 해 주시는 바람에 제대로 체험을 못해 아쉬웠던 경험이 있다. 다/함께/사/세에서 진행한 디퓨저 만들기는 복지관에서 체험할 때보다 많은 과정을 경험 해 볼 수 있었지만 이왕 하는 거라면 제대로 체험해 보고 싶었다고 한다.

이날 강사님 혼자서 아둥바둥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았다. 비장애인인 우현에게도 저울을 영점으로 맞추어서 주셨다고 하니, 수강생들이 장애인이라 직접 해 줘야 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보다는 1시간이라는 정해진 시간 안에 6명의 수강생을 모두 살펴야 하니 마음이 조급해지셨던 듯 하다. 

공방체험을 하면서 아쉬움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평범하게 마칠 수 있어서 좋았다. 성규와 준희의 경우 장애로 인한 불편함을 겪었으나, 이는 우리가 사전에 지원요청을 하지 않고 방문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시에는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다수 방문한다는 점을 굳이 밝힐 필요성도 못느꼈고, 그냥 방문해야 이점이 더 크다고 여겼다.

한편으론 비장애인 모임원들은 장애인 모임원들을 도와야 했기에 ‘본인의 체험에 집중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현균은 준희의 옆자리에 앉아 디퓨저 만드는 일을 도와 주었다. 나 또한 현균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용액이 고르게 섞이게 하는 일에 도움을 받았다.

이와 관련하여 현균은 다/함께/사/세에서의 활동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활동이고, 준희의 손 움직임이 불편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기에 준희가 손을 이용해야 하는 활동은 우리 모임원 모두가 돕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체험에 집중하지 못했다거나 체험활동이 불편했다고 느끼지 않았다고 한다.

우현 또한 현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향을 고를 때 향료가 들어있는 병을 표시한 숫자가 조그만 스티커 안에 작은 글씨로 써져 있어 중간에 성규가 우현에게 향료의 번호를 물어보기도 했고, 병 안에 원하는 장식들을 넣는 과정에서 성규와 동우의 디퓨저 병 안에도 재료들이 잘 들어갔는지 살펴보게 되었다고 한다. 우현은 이 체험을 혼자 하거나 잘 모르는 타인과 하는게 아니라, 우리 모임원들이 함께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함께/사/세 장애 모임원은 4명이고 비장애 모임원은 2명이다. 이날은 장애 모임원 2명과 비장애 모임원 1명으로 팀을 구성해 두 테이블에 나눠 앉았다. 비장애 모임원이 장애 모임원을 지원하는 역할을 했음에도 체험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 불편함을 겪지 않았다고 하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균의 도움을 많이 받은 준희는 사전에 공방에 이야기 해 지원인력을 요청하였으면 좋았겠다고 했다. 강사님 혼자서 운영하시는 공방이라 현실적으로 어려웠겠지만, 이와 같은 준희의 생각은 비장애 모임원들이 체험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장애인이 비장애인에 맞추어진 환경에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를 받는 게 당연한 것처럼, 장애인도 비장애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지녀야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없이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날이  올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공방에서 만든 디퓨저를 손에 하나씩 들고서, 미리 예약해 둔 뒤풀이 장소로 자리를 옮겼다. 디퓨저 공방에서 식당으로 가는 길은 마음 편하고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준희가 길에서 넘어질 뻔한 사건을 겪기 전까지 말이다. 3부에서는 디퓨저 공방에서 식당으로 가는 길에 준희에게 일어났던 일과 식당에서 모임원들과 함께 치킨을 먹고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냈던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이 글은 김유리 님이  다/함께/사/세 모임원들과 함께 작성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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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유리 uri2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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