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쾌한 점도 있었지만 모두가 즐겁고 행복했던 밀양 파크골프장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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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한 점도 있었지만 모두가 즐겁고 행복했던 밀양 파크골프장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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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골프는 1983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 붐이 일고 있다. 파크골프가 시작될 때는 누구나 할 수 있는 3세대 스포츠라고 했다. 손자 아들 할아버지로,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노인 스포츠로 각광을 받고 있고 그 틈새에 장애인이 있다.

대부분의 파크골프장은 강변에 조성되어 있는데 부산에도 낙동강변에 많은 파크골프장이 조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장애인이 주로 이용하는 장애인 우선구장은 삼락공원 4번 주차장 부근에 위치한 18홀인데 삼장구장이라고 부른다.

부산은 파크골프장 입장이 무료지만 다른 지역은 대부분이 입장료를 받는다. 하사가클럽 회원들은 입장료를 주더라도 밀양을 한번 가보자고 했다. 몇 달 전부터 말이 나왔지만, 예약이 쉽지 않았고 11월 9일 드디어 예약을 했다.

지난 11월 9일 아침 9시 2호선 냉정역에서 만났다. 이런저런 사유로 몇 사람이 빠지고 8명 참가라 차량 2대에 4명씩 나눠서 출발했다.

김해 무척산을 지나 중앙고속도로로 밀양으로 갔다. 한로 상강이 지나고 입동도 지났는데 고속도로에서 보이는 길옆의 산하는 아직도 채 단풍이 들지 않았다. 밀양에 가까울수록 산들이 노란색 또는 붉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한 것 같지만.

부산에서 밀양까지는 1시간 예상했지만 30분이나 더 걸렸다. 밀양 파크골프장은 밀양시민은 1천 원이고 타 지역은 5천 원인데 타 지역은 아침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제한이라고 했다. 장애인은 입장료가 50% 지만 본인만 해당된다고 했다.

그런데 파크골프장 주차장에서 파크골프장 입구까지는 제법 멀어서 관리인이 걸어가는 모습을 보더니, 불편하면 입구까지 차를 가져가라고 했다. 고맙습니다. 평소에는 전동스쿠터를 이용하는 장애인이었다.

우리는 소풍 겸 김밥 등 도시락을 준비해 왔는데 파크골프장에는 물과 커피 외의 음식물은 반입이 안 된다고 했다. 점심은 밖에 나와서 먹어야 한다는데 밖에는 벤치 하나도 없었다.

일단 파크골프장에 입장을 해서 A 코스에 공을 올렸다. 그런데 공을 하나만 올리는 바람에 필자가 공을 올리려고 했더니 이미 다른 사람이 공을 올려놓았다.

앞에 공을 올렸던 1진이 먼저 나갔다. 우리는 2진이니까 그다음 차례인 사람에게 조심스럽게 양해를 구했다. 앞에 나간 사람들이 우리 팀인데 공을 미처 못 올렸어요. 저 사람들이 장애인이라 걸음이 느리니까 우리가 먼저 나가면 안 될까요?

“안 됩니다.” 일언지하에 거절이었다. 부산 같으면 대부분이 양해를 해 주는데 안 된다고 하니 뻘쭘해져서 기다리고 있는데, “장애인이면 좋은데도 많은데 뭣 하러 여기까지 와서...” 우리를 성가시게 하느냐 이 뜻이렷다. 대놓고 우리에게 하는 말은 아니었지만, 이미 그 말을 들은 사람의 부아를 돋우기에 충분했다.

“우리는 부산서 왔는데 밀양이 좋다고 해서 한번 와 봤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지요.” 그 사람은 입을 다물었고 우리 다음 차례인 사람이 “우리는 남는 게 시간뿐이라 먼저 가라고 했을 텐데.”라고 거들었다.

일부러 마음먹고 멀리 밀양까지 와서 이까짓 일로 기분 나빠할 이유 없으니까 그냥 털고 갑시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장애인을 곱게 보지 않고 그야말로 장애(障礙) 즉 걸리적거리는 사람이 내 앞이나 내 뒤에는 없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서 장애인의 결혼식에는 찬사를 보내면서도 내 자녀나 사돈의 팔촌까지도 장애인 배우자는 결사반대를 하는 것 같다.

세상에 장애인이 되고 싶어서 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쩌다 불가항력으로 장애인이 되었을 뿐이고 통계학적으로 내가 장애인이 아니었다면 당신이 장애인이 되었을 수도 있다.

밀양 파크골프장은 45홀인데 입장 인원에 제한이 있는지 대체로 한산했다. 파크골프장은 기본이 9홀인데 한 조에 4명씩이므로 9홀 곱하기 4명은 36명이니까 4~50명은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다. 부산 삼장구장에서도 18홀에 120명까지니까 120명 미만은 별로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밀양 파크골프장은 홀 양옆에는 OB 선이 없고 OB 선은 그린 뒷부분에만 있었다. 보통 공이 그린 뒤로 OB가 나면 막창이라고 하는데 뒤로 OB가 나면 공을 지정된 티마크에서 치든가 아니면 나간자리 OB 선에서 20cm 정도 들여서 치면 된다.

밀양 파크골프장은 사람도 별로 없어 한산하고 잔디도 비교적 괜찮은 것 같았다. 그러나 오르락내리락 심한 경사가 여러 군데라서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은 많이 조심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대부분의 파크골프장은 한 코스에 한두 개의 도그레그 홀(Dog leg hole)이 있다. 도그레그 홀이란 코스가 휘어져 있어 티박스에서 깃대가 안 보이는 홀인데 B 코스에는 유난히 도그레그 홀이 많은 것 같았다.

A 코스 그리고 B 코스를 돌고 나니 12시가 넘었다. 음식물은 반입금지라 차량 뒤에 자리를 펴고 김밥과 편육 등 가져온 음식을 먹었다. 오늘은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참여를 안 했지만, 밀양 파크골프장에는 장애인화장실이 없는 것 같았다. 밀양 파크골프장은 국가공인구장임을 자랑하던데 왜 장애인화장실이 없을까.

타 지역 사람들은 오후 2시까지라 하므로 한 코스를 더 칠 시간밖에 안 되는 것 같았다. 보통 우리 클럽에서 단체전을 할 때는 복불복으로 2인 1조를 하는데 1등은 5천 원, 2등은 3천 원, 3등은 2천 원 상금을 수여했다.

그런데 이제부터 상금을 거꾸로 하자고 했다. 등수에 따라 상금을 주는 게 아니라 내자는 것이다. 꼴찌는 5천 원, 4등은 3천 원 3등은 2천 원, 2등과 1등은 없음. 그리고 홀인원의 경우 함께 공치는 사람들이 천 원씩을 찬조하는 것이 함무라비 법전에 명시되어 있다고 했는데, 이것도 홀인원 한 사람이 1만 원을 내기로 했다. 홀인원은 없었지만.

총 8명이므로 2인 1조로 가위바위보를 했는데 가위바위보는 하나마다다. 부부가 있어서 부부를 갈라놓고 중증장애인은 봉사자를 붙였다. 4명씩 베스트볼을 하기로 했다. 베스트볼(Best ball)은 4명이 2대 2로 팀을 나누어 각자 자기 공으로 티샷을 한 후 좋은 위치에 있는 공 1개만으로 컵인을 하여 승부를 가리는 방식이다.

단체전은 C 코스에서 했는데 저 멀리 다리가 보였는데 나노교라고 했다. 밀양강 옆으로 자전거 도로가 나 있고 밀양강 위의 나노교에는 차들이 씽씽 달렸다.

C 코스의 스코아는 먼저 나간 조는 5대 3이고, 필자가 속한 조는 3대 2였다. 3점이 동점이라 9번 홀에서 니어홀아웃을 했다. 필자 팀이 꼴찌라 5천 원을 내야 했다.

저녁을 예약한 시간이 남아서 밀양에 온 김에 영남루를 둘러보기로 했다. 우리는 보통 밀양강이라고 하는데 밀양 사람들은 남천강이라고 부른단다.

밀양 영남루는 진주의 촉석루와 평양의 부벽루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누각이란다. 영남루에서 밀양강을 내려다보며 나비야 나비야, 아랑의 전설을 이야기했다.

영남루에서 나오는 입구에 박시춘 생가와 사명대사 사당이 있었는데 이곳도 관광지라 사람이 엄청 많았다. 예전에 어느 가이드가 한국 사람들 가이드를 하다 보면 관광지를 둘러보며 관람을 하는 게 아니라 지인들에게 **갔다 왔다고 자랑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가보지도 않고 갔다 왔다고 거짓말은 안 하는 게 다행이네.

저녁을 예약한 곳으로 가는 도중에 월연정이 있었다. 월연정(月淵亭)은 조선시대 이태의 별장인데 1985년 경상남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단다. 입구에서 차들이 많이 밀려서 팻말만 보고 돌아섰다.

월연정 옆에 월연터널이라는 조그마한 터널이 있었는데 옛 철로란다. 1905년 경부선 철로로 출발하였으며, 1940년 산 밑으로 터널이 새로 뚫리면서부터 인도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터널 길이는 약 300m이며 차량이 1대씩만 지나다닐 정도로 좁은 곳이어서 터널 안에서는 비킬 데도 없다. 그래서 터널 양쪽 입구에 초록색의 진입 가능, 빨간색의 진입 불가 표시가 되었다. 밀양을 배경으로 한 정우성 주연, 곽경택 감독의 영화 <똥개>를 촬영한 장소라는데 영화는 보지 못했다.

사강빼수 회장이 우리가 예약한 식당이 월연정 부근이라고 했는데 월연정이라고 착각을 해서 필자가 탄 차가 월연터널을 지나갔다가 되돌아오는 바람에 월연터널을 3번이나 지나는 행운을 만나기도 했다.

저녁을 예약한 곳은 길가 할매메기탕 집이었다. 파크골프장에서 점심을 너무 과하게 먹은 탓에 아직 배가 부르다고 했더니 메기탕 집 사장이 메기구이나 메기탕을 작은 것으로 하라고 하더란다. 길가 집인데 주차장도 있고 실내도 넓고 깨끗했다.

밑반찬으로 묵무침과 산초김치 등이 나왔다. 메기구이라고 했는데 모두가 배가 불렀음에도 메기구이는 뚝딱할 만큼 쫄깃하고 맛있었다. 메기구이를 먹고 메기탕에 밥 말아 먹고. 점심을 그렇게 안 먹었다면 큰일 날 뻔했네.

앞장선 사강빼수님이 이상한 길로 안내를 했는데, 창밖을 내다보자 와!!! 모두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온통 해바라기 꽃밭이었다. 주차장 입구에 서 있는 간판은 산외면 꽃담뜰이라고 되어 있었다.

해바라기는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인데 해바라기란 중국 이름인 향일규(向日葵)를 번역한 것이며, 해를 따라 도는 것으로 오인한 데서 붙여졌다고 한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다음 유럽에 알려졌으며 '태양의 꽃' 또는 '황금꽃'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영어의 sunflower는 속명 헬리안투스(Helianthus)를 번역한 것이라고 한다.

해바라기꽃이 해를 따라 돈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라 꽃이 피기 전 어린 시기에만 햇빛을 따라서 동서로 움직이는 성질(굴광성)이 있다고 한다. 해바라기꽃이 피기 전에 세포의 신장을 촉진하는 옥신(auxin)이라는 호르몬이 해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해바라기는 일년초인데 이 많은 해바라기를 심고 가꾸느라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을까?

오늘(11월 9일)은 부산 광안리 불꽃축제를 하는 날이라 차가 막히기 전에 빨리 돌아가자고 했다. 밀양 파크골프장 나들이는 모두가 즐겁고 행복한 소풍이었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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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남 기자 gktkr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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